김영태의 ‘그림’과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그리움’이 모이다
- 故 김영태 작은 그림전 <그림과 그리움>
2010년 7월 6일부터 25일까지, 시인이자 화가, 무용평론가였던 고 김영태 씨의 ‘작은 그림전’이 <그림과 그리움>이라는 제목으로 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린다. 고인의 3주기를 맞아, 생전에 교유가 깊었던 여러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지인들이 각자 소유하고 있던 김영태의 회화 작품들을 모두어 한 자리에 전시하는 것이다. 김영태의 ‘그림’과,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그리움’이 모인 전시이기에, 제목이 <그림과 그리움>이다.
사뿐히 날아오르던 비상(飛上)의 열기가 아직껏 남아있는 듯한 분홍 토슈즈, 자유로운 네발짐승이거나 구두를 신은 듯 의인화 된 피아노, 헝클어진 선속에 적확히 포착된 시인들의 초상 등, ‘작은 그림전’이라는 부제 그대로 전시작들의 크기는 작지만 아우르는 너비와 감상의 깊이는 결코 적거나 얕지 않다. 스스로를 ‘초개(보잘것없는 지푸라기)’라고 낮추었지만, 우리 문화예술사에 남긴 김영태의 행적이 그렇지 않듯이.
시로 춤을 추고, 춤으로 시를 쓴 전방위 예술인
고 초개 김영태는 시인이자 무용평론가, 화가이자 서예가, 수필가였다. 지난 2007년 7월에 작고하기까지 이름 앞에 늘 이런 다양한 수식어들이, 때와 장소에 따라 번갈아가며 그를 수식했다.
여러 분야에 두루 이름이 양명하다보면 낱낱의 깊이를 의심할 수도 있겠지만, 김영태는 이를 비껴간다. ‘매혹’ ‘남몰래 흐르는 눈물’ ‘누군가 다녀갔듯이’ 등 17권의 시집을 발표한 시인으로서 현대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등을 수상했으며, ‘갈색 몸매들’ ‘막간’ 등 13권의 무용평론집을 낸 평론가로서 서울문화예술대상(무용 부문)을 수상하고 무용평론가회 회장, 서울국제무용제 심사위원 등을 역임키도 했다. ‘징검다리’ 등 12권의 산문집과 여타 소묘집까지 합하면, 생전에 남긴 저서만 60권이 넘는다.
또한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화가로서 문학과지성사에서 발간하는 시집 총서 ‘문학과지성 시인선’ 표지 그림, 여러 무용공연들의 홍보매체에 숱한 소묘와 글씨(캘리그래피)의 흔적을 남겼고, 총 7차례의 그림 전시를 갖기도 했다.
이처럼 전방위 예술가로서 여러 예술분야에서 활활한 생애를 살다갔기에, 그의 주변에는 무용가, 시인, 화가 등 교유가 깊었던 예술인과 지인들이 유독 많다. 그들을 중심으로 <초개 김영태 추모사업회>가 결성되었고, 2008년에는 <나의 뮤즈들>이라는 제목의 1주기 추모공연이 열린 바 있다.
1주기가 무용장르 속에서 김영태의 삶의 흔적과 향기들을 더듬었다면, 이번 3주기는 그림 전시를 통해 화가로서 그의 행적을 되짚고 그리워하는 자리인 셈이다. ‘그림전’인 동시에,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그리움’이 모여서 이루어진 전시이기에, 6일 오프닝 행사에는 시인 장경린 씨의 시낭송을 비롯해 한국무용가 황희연, 현대무용가 박명숙의 춤, 김주홍과 노름마치, 기타리스트 김광석의 연주 등이 어우러질 예정이다. 또한 11일에는 무형문화재 하용부, 현대무용가 장은정, 한국무용가 박경랑의 춤이 이어지며, 기일인 12일에는 고인이 수목장으로 묻힌 강화도 전등사의 한 나무를 찾아 추모하는 행사도 이어진다. 전시는 물론 일반에도 개방되며, 관람은 무료다.
‘시로 춤을 추고, 춤으로 시를 쓴다’라는 평을 들어온 김영태. 하지만 이번 ‘고 김영태 작은 그림전’ <그림과 그리움>에 전시된 30여 점의 전시작들을 통해서, 그가 ‘힘든 육신’이라고 표현한 자신의 몸이나 시 뿐만 아니라 연필과 붓을 도구 삼아서 한 생애를 또한 춤추며 지나왔음을 공감케 될 것이다. 각기 다른 소장가들의 소장품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보기 드문 관람 기회가 될 것이며, 사진위주를 표방한 류가헌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사진 외’ 전시라는 점도 주목된다.
전시 문의 : 류가헌 02-720-2010 / 장승헌 011-213-5909
■ profile
故 초개 김영태(金塋泰) 선생 (1936년~2007년)
(2007.7.12 03:50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별세)
1936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1959년「사상계」를 통해 시단에 나왔다.「草芥手帖」「여울목 비오리」「결혼식과 장례식」등의 시집과 산문집, 그리고 음악 평론집, 무용 평론집 등 61권의 저서가 있으며, 1971년부터 2007년까지 8차례에 소묘 그림 개인전을 가졌다. 1972년 현대문학상, 1982년 시인협회상, 1989년 서울신문사 제정 예술평론상, 2004년 허행초상 등을 수상했다. 2004년 동아무용콩쿠르․유니버설 키로프 발레 콩쿠르․ 서울 국제무용제 심사위원과 1989년 무용평론가회 회장을 역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