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31일부터 6월 1일까지, 서울 이음센터 이음아트홀에서 파킨슨병 환우를 위한 무용교육 프로그램 2025 Dance for PD가 개최되었다.
본 프로그램은 2017년 한국에 상륙해 현재까지 순항하며 이어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국내외에서 활발히 확산 중인 ‘Dance for Parkinson’s Disease’ 운동의 일환으로,
무용 움직임의 창의적인 활동을 통해 환우들의 신체와 정서의 회복을 도모하는 데 그 목적이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도 워크숍을 함께하며, 무용이란 예술이 누군가에겐 단순한 표현을 넘어서
'살아내기 위한 언어' 로 쓰일 수 있다는 걸 현장에서 절감할 수 있었다.

파킨슨병과 무용의 만남
파킨슨병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결핍으로 인해 발생하는 신경계 질환으로 주로
손 떨림, 경직, 자세 불안정, 느린 움직임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이는 환우들의 일상은 물론, 정서적인 고립감까지 도래하는 복합적인 어려움을 불러온다.
이에 무용은 단순한 예술의 범주를 넘어 신체의 회복과 감정 배출의 수단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이번'Dance for PD' 는 이러한 무용의 기능을 바탕으로 하여 신체 기능을 향상하고
창의적인 상상을 통해 정서를 자극하여 삶의 질 개선을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무용으로 치료가 될 수 있을까?" 처음엔 그 가능성에 의문이 있었지만, 참가자 한 분 한 분이 움직임 안에서
무언가를 되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확신이 생겼다. '움직일 수 있다' 라는 감각이 사람에게 얼마나 큰 생명력과
자신감을 불어넣는지를 생생히 목격할 수 있었다.
국제 전문가와 함께한 깊이 있는 교육

이번 프로그램은 Dance for PD 의 창립 강사이자 미국 무용계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인 ‘David Leventhal’ 이 직접 참여했다. 그는 마크 모리스 무용단 출신 무용수로 파킨슨 환우를 위한 무용 교육을 선도해 온 인물이다.
또한 'Maria Portman Kelly'(프로그램 디렉터) 가 함께 참여 해, 환우들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예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설계에 힘을 썼고 소통을 이끌어냈다.
'David Leventhal'과 'Maria Portman Kelly'의 움직임에는 전문가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
단순한 지도자가 아닌 진심을 다해 환우들의 손을 잡아주고 함께 움직여주는 마음, 그리고 그 태도와 존재감 자체가 하나의 언어였고, 그들의 손 끝을 따라가며 나 자신도 치유의 예술가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춤, 상상, 연결
프로그램은 다양한 움직임 중심의 워크숍으로 구성되었다.
환우들은 조각상의 포즈를 떠올리며 포즈를 만들기도 하였고, 눈을 감고 균형을 느끼는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신체를 되찾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나 균형 유지가 어려운 파킨슨병 환우들에게는 '무릎을 굽히고 천천히 방향을 전환하는 방법' 과 같은 단계적인 지도의 방식이 환우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현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어떤 참가자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천천히 방향을 전환할 때 였다.
너무도 조용한 그 순간에, 나는 그 동작 하나에 얼마나 많은 용기와 집중이 담겨져있는지를 느낄 수있었다.
우리에겐 익숙한 움직임이 누군가에겐 기적처럼 여겨진다는 걸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또한, 무게 중심 이동을 배우는 '보트 위 물결 느끼기' 와 간단한 탱고 스텝, 영화 ‘싱잉 인 더 레인’ 의 음악에 맞춘
우산 마임 안무 등은 환우들에게 새로운 정서적 감각을 느끼게 했으며 표현의 자유를 선사했다.
모든 프로그램 단계는 명확한 특징을 하나 지니고 있다. 바로 상황에 확실한 정확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명확한 사건과 상황을 전제로 환우들에게 상상의 접근을 보다 쉽게 하고 모든 단계가 빌드업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접근성에 많은 자유를 주었다. 또한, 움직임에 제약이 있거나 원치 않는 환우들에게는 계속해서 의자에 앉은 채로
움직임을 이어갈 수 있도록 두 가지 버전이 제공되었다.
이처럼 강사진은 참여자의 상태와 욕구를 세심하게 고려하며 개별화된 움직임을 유도했다.
무용이 정답 없는 예술 이라는 사실이 본 프로그램에서는 큰 힘이 되었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반응하고 표현할 수 있었고,
그 안에서 ‘잘해야 한다’ 는 긴장 대신 ‘하고 싶다' 라는 의욕이 자연스럽게 피어났다.
앞으로 이런 프로그램이 더 널리 퍼져, ‘움직일 수 있다’ 는 희망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닿았으면 좋겠다.
모든 활동이 끝나고 진행되었던 Q&A시간에서 27년째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환우가 말을 꺼냈다.
그는 프로그램 시작 전까지 손에 떨림 증상을 겪고 있다가 수업이 시작되고 시간이 조금 흐르니 손이 떨리지 않게
되었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이 프로그램이 환우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예술이 누군가의 삶에 이렇게 직접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눈앞에서 체감하는 일은 드물다. 우리는 지금 무용을 통해 단지 몸이 움직인 것이 아니라,
삶의 균형을 되찾는 작은 기적을 함께 만든 것이었다.
Dance for PD 는 단순한 운동 프로그램을 넘어, 예술을 통한 치유와 소통의 가능성을 실현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움직임을 통한 신체 기능 향상은 물론 음악, 상상, 움직임, 교감이라는 경험은 파킨슨 환우들의
자존감과 삶의 질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나는 무용 예술을 단지 공연 예술로만 보지 않을 것이다. 무용은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는 일이며,
삶을 이어주는 매개체이다. 예술의 범주를 벗어나 치료법 중 하나가 되고, 원동력의 기반이 되는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이 많은 환우의 곁에 닿아 함께 살아가는 세상,
예술이 우리 곁에 늘 붙어있는 세상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지민
성균관대학교 4년
현대무용가
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