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1일부터 24일까지 ‘Dance for PD (파킨슨병 환자를 위한 무용 교육 프로그램) ‘강사 양성 워크숍이 DCDC Dance Studio 마루에서 이루어졌다. ‘Dance for PD’는 2017년 처음 우리나라에 도입되었다.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
나 역시 첫 강사 양성프로그램에 지원하여 그 모든 과정을 이수하였고 몇 년 동안 마루에서 이루어진 수업에 강사로 때로 보조 강사로 참여하기도 하였다. 무용이 할 수 있는 많은 좋은 일들이 있겠지만 ‘Dance for PD’는 단연 무용이 할 수 있는 좋은 일 중 우선 순위에 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 무용치료사로 많은 노인들을 만나왔던 나였지만 이 프로그램을 알기 전에는 파킨슨 병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다. 대부분 집에서 칩거생활을 하는 병이기에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치매 다음으로 많은 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현장에서 많은 환자들을 만나며 무용이 이들에게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경험할 수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코로나로 인한 대면수업의 중단이었다. 그 전까지 매주 진행된 수업에 참여하면서 신체 활동기능도 좋아지고 서로 의지를 하다가 몇개월간 지속된 락다운으로 외부활동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신체 활동에 제약을 많이 받던 환우분들을 거리두기가 잠시 완화되었을 때 센터에서 다시 만난 적이 있었다. 그 마저도 다시 강화되면서 얼마가지 못했지만 ‘Dance for PD’ 수업을 하기 이전의 몸으로 돌아가버린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이 속상했던 기억이 있다. 이들에게 ‘Dance for PD’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병의 진행을 늦추고 함께 커뮤니티를 만들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Dance for PD’의 영향력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Dance for PD(Parkinson's Disease)’는 미국 마크모리스 무용단에서 개발한 파킨슨병 환우들을 위한 무용 교육 프로그램이다. 강사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파킨슨 환우 및 실버 세대를 대상으로 몸과 마음, 삶을 바 꿀 힘을 주는 세계적인 무용프로그램이다. 2017년 처음 우리나라에 소개되어 국내 전문 무용수를 대상으로 강사 양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약 100여명 강사가 양성 되었다고 한다. 그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온라인으로 진행되던 것이 2019년 이후 4년 만에 워크숍을 재개한 것이니 강사들 입장에서도 환우들 입장에서도 반색할 일이었다.
올해는 1단계 온라인 신청 및 자격기준 평가, 2단계 온라인 교육 및 테스트를 통과한 무용수만 참여하여 보다 전문적인 교육이 이루어졌다. 마크모리스 댄스 그룹의 에리카 로즈 제프리 (Erica Rose Jeffrey)와 마리아 포트만 캘리 (Maria Portman Kelly)가 강의를 진행했다. 마지막 3일차에는 파킨슨 환우들이 직접 참여하면서 수업의 실재를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마지막 날 수업을 참관하였다. 참여한 교육생들과 환우들이 겹겹의 원으로 둘러 앉았다. 함께 소통하고 서로의 동작을 미러링 할 수 있는 이런 모양의 수업형태는 ‘Dance for PD’의 시그니처이다. 꽤나 오랜만에 찾은 마루에는 처음보는 신진교육생들이 대부분이었고 그 중 안신희, 김보라 등 눈에 띄는 무용가들도 있었다. 또한 오랜만에 보는 환우분들도 있었지만 새로운 분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보며 ‘Dance for PD’가 더 많이 알려지고 많은 환우분들이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
1. 첫 번째는 틀린 것도 없고 맞는 것도 없다.
2. 처음 참여자도 있고 재참여자도 있겠지만 상관없다.
3. 몸을 활용해서 바디 랭귀지가 가능한 것이 좋다. 몸을 매개로 서로 소통할 수 있다.
4. 앉아 있어도 되고 일어서서 전환해서도 활동해보자.
둥근 원으로 앉아 본격적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스토리 텔링을 통한 동작만들기와 이미지를 상상해내며 만드는 움직임들을 통해 모두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호흡을 들이마쉬어 바람소리를 내기도 하고 날씨의 변화에 따른 자신들의 생각들이 춤으로 표현되었다. 씨앗이 자라고 싹이 나고 어느 방향으로든 뻗어나가는 가지의 모습들을 상상하고 햇빛과 바람을 맞는 모습들을 상상했다. ‘Dance for PD’에서 이미지를 상상하는 움직임은 매우 중요하다. 도파민 분비에 문제가 있는 파킨슨 병은 이런 이미지 활동을 통해 다른 경로의 도파민을 생성하여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게 한다.
또한 발병 이후 외부활동이 단절되거나 소극적으로 변한 환우들은 동료 환우들과의 커뮤니티 안에서 마음껏 자신을 표현한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자신의 움직임이 다소 불편할지라도 이 자리에서 만큼은 생각나는대로 몸을 움직이면 될 뿐이다. 자신에게서 나오는 창의성은 선생님이 주신 구조적인 움직임 안에서 가능하다. ‘자기만의 아름다운 풍경’을 상상하면서 선생님이 움직이는 동작들을 먼저 따라해보고 나면 음악에 맞춰 그 안에서 스스로 가능한 자유로운 범위를 찾아 움직임이 만들어진다.
ⓒ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
댄스포피디의 수업의 주요매커니즘을 살펴보면 신체 각 부의의 스트레칭. 신체 각 부의의 민감한 감각 인식하기(발의 각 부분을 자극하거나 손을 자극하는 등의) 등 평소 쓰지 않는 등근육의 사용, 다리 활동이 불편함을 감안한 의자에 앉아서 할 수 있는 발과 다리의 움직임, 리듬에 맞추어 움직임을 맞추기, 외부와 단절된 생활에서 오는 외로움 해소를 위한 커뮤니티 활성, 친밀감 형성(옆 사람과 함께 눈을 맞추거나 손을 내밀거나 하는 등의) 등으로 구성된다.
기립활동도 진행되는데 이때 앉아있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앉아서 진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어떤 동작도 강제적이거나 강권되는 것은 없다. 각자의 처지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환우들의 신체 특성이 있기 때문에 바로 일어나지 않고 단계별로 일어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일어나는 동작을 확대하여 음악에 맞추어 꽃이 점점 피어나는 과정을 춤으로 만들어 천천히 과정을 밟아 일어나는가 하면, 혹은 의자를 잡고 일어날 수 있는 방법들을 안내하여 갑자기 일어나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면서 무용수업이 끊어지지 않도록 한다. 이런 작업들이 파킨슨 환우를 위해 특화 되어있는 수업과정이다.
그룹원들이 자리를 옮겨가며 타인과 만나고 관계를 만드는 시간이 이어졌다. 함께 만나서 듀엣으로 미러링 움직임을 하기도 하고 둥근 원을 만들어 안의 작은 원(앉아있는 그룹)과 서로 다른 춤으로 조화를 이루기도 한다. 마지막에는 두 그룹이 하나로 연결되어 마지막으로 서로의 좋은 에너지를 전달해주는 움직임으로 마무리를 한다. 한명씩 옆으로 눈빛을 전해주고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하늘을 향해 자라듯이 움직임을 정리하고 호흡을 정리하며 수업이 마무리 되었다. 각 가정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는 환우들에게는 이런 공동체적인 움직임이 뇌의 활성화를 일으키는 동시에 강한 연대를 만들어주는가 하면 우울감 등의 정서적 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병의 완화와 병의 진행속도를 지연시키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환우분들이 서로 모여 마음을 열고 자신의 병색을 서로 나누면서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과정이 이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고 받는지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쉼을 가지면서 서로의 마음을 쉐어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강사 마리아의 땡큐가 이어졌다. 함께 춤춰서 행복했다는 그녀는 환우들에게 이 시간이 어떤 시간이었는지 궁금해 했으며 또한 강사 선생님들에게는 어떤 의견들이 있는지 물었다. 강사들이 환우들에게 궁금한 것들을 질문할 수 있는 매우 좋은 시간이기도 했다.
환우 1 -틀려도 된다하고 모든 동작들을 수용해주시니 그 안에서 사랑이 많이 느껴졌다. 마음에 잘해야 된다는 긴장감을 갖지 않아도 되어서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있어서 좋았다.
환우2 – 수업에 감사하다. 자유롭게 음악에 맞춰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환우3 - 이런 프로그램을 꾸준히 열어주신 전문무용수센터에게 감사하다. 오늘 춤추는 것을 보며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된 것 같다. 이런 커뮤니티가 전국적으로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 무용이 파킨슨을 소화할 수 있을까 하며 의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자유롭게 춤을 추다보니 도움이 된다는 것이 더욱 확실하게 느껴진다.
환우4 - 파킨슨9년 되었는데 여기 오기전에 다른 환자들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 여기와서 많은 환우들을 만나고 그들로부터 많은 정보들을 얻고, 선생님들이 병에 대한 이해를 하고 게시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이 클래스가 더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마지막으로 마리아 선생님이 마무리를 진행했다. “뉴욕에서 2001, 한달에 한 번 할 수 있는 하나의 수업이 있었지만 현재는 30개국에서 행해지고 있고.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지만 지금까지도 많은 일을 해왔다. 우리의 국제패밀리안에 함께 해주어서 감사하고. 우리 수업의 가치를 알아주어 감사하다.”
수업이 끝나고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자리에 함께 하면서 서로 말은 통하지 않지만 움직임 안에서 이들이 얼마나 끈끈하게 연대하고 있으며 서로를 지지하고 신뢰하고 있는지를 경험할 수 있었다. 움직임은 늘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한다. 파킨슨병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함을 늘 경험한다. 미소가 어려운 이들의 모습(파킨슨 병의 주요 증상으로는 안면근육의 마비가 있어 미소짓기가 어렵다. 무표정은 이들의 대표 증상 중의 하나이다)에 미소가 번지는 것을 볼 때의 그 감동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것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벅참이다. 그것을 경험할 때 내가 춤을 추는 사람이라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경험해보았다. 어느새 후배 강사들이 줄을 잇는다. 그만큼 파킨슨병의 환자들이 그렇게나 많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라는 반증일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한방병원에서 파킨슨병 심포지엄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젊은 여성이 파킨슨병에 걸려 슬퍼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제는 어떤 특정한 사람들만의 병이 아님을 실감한다. 춤이 그 슬픔 속에 또 다른 희망과 기쁨이 되어주길 기대해 본다.
김미영
탄츠위드 편집장
무용평론가, 무용치료사, ‘Dance for PD’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