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서스잡마켓이 무엇인가요?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이하 전문무)는 무용예술가를 위한 <댄서스잡마켓> 사업을 추진한다. 이 사업은 무용수의 출연료를 지원하는 <댄서스잡마켓: 합동오디션>과 안무가의 안무비를 지원하는 <댄서스잡마켓: 댄스커넥션1&7>으로 지원 대상별로 세분화되어 있다.
이 중 안무가를 위한 <댄서스잡마켓: 댄스커넥션1&7>에 대해 더 심화되어 알아보자. 이는 전문무에서 순수예술 무용 공연을 앞둔 안무가에게 안무비를 제공하고 무용수 출연료를 지원함으로써 창작역량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무용예술인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다. 창작자는 무용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금전적인 부분을 간과할 수 없는데 이럴 때 가뭄 속 단비 같은 존재가 <댄서스잡마켓: 댄스 커넥션 1&7>이라 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올해 하반기에는 한국무용의 김정아, 현대무용의 류장현, 발레의 이루다가 내부 기준에 의거, 신중히 선정되었다. 이름 석 자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무용수라 해도 <댄서스잡마켓: 댄스커넥션1&7>을 통한 무용수 출연료라는 실질적인 지원책이 어찌 달갑지 않을 수 있으랴. 댄스커넥션이라는 동력을 얻어 망망대해를 저마다의 물결로 항해하게 될 세 명의 무용수 중 블랙스완이라 불리는 발레리나 이루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루다 안무가
호수 위 백조. 그 모습을 보면 우아하고 아름답기까지 하지만 수면 아래의 모습을 보면 쉴 새 없이 치열한 발길질을 이어가고 있다. 수백수천여 마리의 백조 중 흑조가 보인다. 흑조,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진귀한 존재. 그 흑조를 보면 어느 무용수의 모습이 겹친다. 검은색 착장, 짙은 메이크업, 새까만 머리칼, 깊은 상념을 지닌 눈빛을 가진 발레리나 이루다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Q. 안녕하세요.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이하 전문무) 뉴스레터 독자들에게 간단히 자기소개 먼저 해주시겠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블랙토 댄스의 안무가 이루다입니다. 댄싱나인에서 블랙스완으로 많은 분들께 인사를 드렸었는데 그 이후로도 블랙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작품 활동 이어오고 있고, 내년에 10주년을 앞두고 있어서 블랙토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지키면서 활동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Q.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10월에는 <2022 부산을 빛낸 발레스타> 공연이 부산에서 있었어요. 11월 5일에는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진행되는 <2022년 제 7회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KIADA2022)> 공연을 앞두고 있고, 전문무용수지원센터에서 댄스커넥션 지원을 받은 작품 <디스토피아-부작용>(시즌 2)로 국립극장 단독 공연 준비 중이기도 합니다. 올 하반기에는 공연이 연달아 있어 정신없이 바쁘게 살고 있는데요. 그래서 무척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Q. 안무가님, <2022년 제7회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KIADA2022)>가 뭐죠?
KIADA2022는 국내 장애인 무용단 뿐 만 아니라 해외 무용단들도 참여하는 세계 유일의 장애인 종합 무용제인데요, <세 사람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참여합니다. 11월 5일 토요일 오후 4시에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관람하실 수 있어요. 장애를 극복하고 춤을 춰오신 멋진 댄서 세 분을 직접 캐스팅하여 공연을 준비했어요. 자신의 한계를 온전히 포용하며 춤의 가능성을 믿었던 그들의 값진 도전을 무대 위에 담았고, 세상이 두껍게 쌓아 올린 편견의 벽과 부딪히며 정신적, 신체적 한계를 넘어서는 그 의지로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발견해온 춤 인생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 공연정보
안무: 이루다
조안무: 이루마
대본: 이루다, 형송희
출연: 김완형, 김범진, 백지윤, 노정우, 이루마, 이우선
Q. 안무도 하시고, 출연도 하시네요. 대표, 안무가, 기획자 등 여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멀티플레이어로 보여요, 그중 스스로 높이 평가하는 역할이 있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편집자로서의 제 모습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수집한 여러 데이터를 하나의 주제로 다듬는 걸 잘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하고자 하는 어떤 주제에 대한 알고리즘이 형성되어 하나의 세계관이 구축된다고 하면 그 많은 빅테이터 사이에서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골라내고 솎아내는 그 역할, 그래서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주제가 난잡하지 않도록 하나의 흐름과 하나의 결로 블랙토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면서 하나로 편집해 내는 능력, 공연을 연출하는 부분에 있어서 제가 가진 장점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대단히 타고났다던가 예술적 감각, 또는 능력을 통해서 획기적인 무용 동작을 수행해낸다는 게 아니고, 집요하게 찾아내고 솎아내고 하나로 무용 작품으로 편집하는 그런 부분 말이에요. 제가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는 힘이 여기서 나온다고 사료되거든요.
Q. 난잡한 데이터를 정제된 작품으로 연결 짓는 편집자로서의 본인의 강점을 소개해 주셨는데요, 평소에 루틴대로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편이신가요? 어떤 모습으로 편집자의 삶을 살고 계신가요?
제 MBTI는 INFP다(웃음). 단체생활에는 잘 스케줄에 맞춰서 생활하지만, 개인적인 생활에서는 의식의 흐름대로 스케줄을 짜고, 갑자기 떠오르는 것들에 시간을 쓰는 편이에요. 저는 그래야만 순간적인 몰입의 힘이 생기더라고요, 신작을 준비할 때 작품의 준비과정이 순서가 뒤죽박죽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과정에서 발견하고 얻어내는 것들이 굉장히 크고 의미 있기 때문에, 저 개인적으로는 정해진 시간에 무언가를 수행하면 아이디어 생산성이 떨어지더라고요.(웃음) 즉흥적인 감각에 집중하고 캐치하는 편이에요.
Q. 즉흥적인 감각에 집중하다. 그럼 지금 인터뷰 진행하면서 당장 떠오르는 것이 있을까요?
음악이요. 요즘에는 음악에 관심이 많거든요. 인터뷰 시작하기 전에 공연 음악을 편집하고 있었어요, 사운드가 공연 현장에서 직접 생산되고, 그 소리에 무용수들이 반응하면 어떨까? 하는 즐거운 흥미로부터 시작된 고안이에요.
Q. 그것참 새로운데요, 다음 공연에 꼭 반영되어 느껴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개인적으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의미 있는 작품이 있다면 알려주시겠어요?
이 질문을 듣고 바로 떠오르는 작품이 있어요. <한국춤 평론가회>에서 일 년에 딱 한 작품을 선정해 상을 주는 게 있는데요, 2020년도에 <W>라는 제 작품이 수상했었죠. 여성을 뜻하는 영문 ‘Women’이라는 단어에서 첫 글자를 따와 작제했고,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작품에 담았어요. 여성 컨템퍼러리 발레 작품이죠. 제 내면의 흔들림 없이 진행한 첫 작품이었어요. 무의식 속에서 무언가가 떠올라서 의식의 흐름대로 만드는 과정에서 돌이켜보니 어느새 어느 흐름이 모두 짜여져 있더라고요. 만들고 난 후 결과물을 목도하니 제 경험이 오롯이 작품 안에 담겨있어 애정이 가는 작품이에요. 내재된 것들이 자연스럽게 발화된 느낌이었죠. 제가 담은 진정성 그리고 참여 무용수들의 합이 굉장히 좋았어요. 그리고 제 작품 중 처음으로 천장에 빔을 달아 댄스 플로어에 바닥 매핑을 시도하기도 했어요. 그간 조명에서 표현하기 어려웠던 빛의 구성을 활용해서 공간 분리를 시도하고 바닥에 투사하는 공간의 이미지 공을 많이 들였던 작품이에요. 이 작품이 있었기 때문에 디스토피아를 더 큰 스케일로 제작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참 소중한 작품이에요.
“안무나 동작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구성과 흐름 하나의 장면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정말 많은 부분을 신경 쓰려고 노력한다. ”
Q. 전문무와 언제 처음 인연을 맺게 되었나요?
아마 2019년도였던 걸로 기억해요. 합동 오디션으로 무용수 출연료를 지원해 주는 <댄서스잡마켓> 으로 첫 연을 맺게 되었네요. 감사한 인연이에요.
Q. <2022 댄서스잡마켓-댄스커넥션1&7>을 통해 어떤 작품을 계획하고 있나요?
<디스토피아-부작용>(시즌 2)라는 작품이에요. 작년의 <디스토피아>는 지금 제가 현재 겪고 있는 현대사회의 문제들이나 인간의 이기심이나 우리가 악행으로 저지른 어떤 사회적인 문제들이 결국 우리에게 돌아오는 지금의 이야기를 다룬 거라면, <디스토피아>2는 부작용으로, 조금 더 미래의 내용으로 우리가 이렇게 살면 이런 미래가 오지 않을까? 하는 주제를 선정하게 되었고, 우리가 스스로 우리를 위해 우리를 위해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모든 것들이 부작용으로 돌아올 예측해 보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인공지능이나 가상현실을 주로 다뤄보았습니다.
“나도 모르게 영화 같은 스케일의 내용을 다루고 싶다.”
Q. 사회의 문제를 다룰 때, 염려되는 부분은 없었는지요.
사회의 문제임과 동시에 저는 그저 인간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 보고 느끼고 역사 속에서 앞으로 미래에서 일어날 일들,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릴 뿐이에요. 누구나 느끼는 대중적인 감정을, 다시 한번 깊게 천착하게 만드는 어떤 주제들을 무용이라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이 좋아요.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한데,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앞으로의 계획은 일단 극장 무대에 대부분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제는 온라인에서 블랙토의 콘텐츠를 많은 분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 대중분들이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콘텐츠 제작에 힘써야겠다는 목표가 짙어졌어요. 공연했던 작품을 현장감 이상의 카메라 효과, 촬영 기술로 ‘작품 다운 작품 영상’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구현 과정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영상감독님들과 콜라보가 적절히 잘 되거나, 예산이 마련되거나, 극장 무대의 한계를 넘기 위해 노력한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반드시 실현할 수 있다 생각해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일반 관객분들이 영화 한 편 본 것처럼, 또는 콘서트를 다녀온 것처럼 무용 공연을 본 후, 저마다의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취향과 장면에 대해 소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요, 무용 공연에 대한 허들을 낮추고 싶어요. 무용도 콘서트 형식을 차용해 블랙토의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면? 기대되네요.(웃음)
“앞으로는 다양한 관객층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으로
대중의 바람과 블랙토의 색깔을 적절히 섞고 싶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전문무의 시스템이나 지원 사업들이 무용수, 안무가에게 절실하고 감사한 존재랍니다, 전문무 없었으면 어쩔 뻔했지? 하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해요. 직업 무용수들을 생각해 주는 유일한 기관, 댄스커넥션 선정된 것도 운이 좋았다 생각해요, 무척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11월 15일에 앞둔 단독 공연을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있습니다. 전문무에서 지원해 주신 만큼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었으면 해요. 휘발성을 가진 디스토피아 시리즈가 아닌, 저의 예술적 표현의 욕구를 해소하는 공연이 아니라, 관객분들이 느끼고 재밌게 봐주셨으면 흥미로운 공연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그저 작품 내용을 해석하려고 이해려고 노력하지 않더라도 시각적인 내용 만으로도 의미 있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마지막으로 모든 무용수가 예술 활동하며 삶을 영위한다는 것이 쉽지 않고 버티기 힘든 순간들이 자주 찾아오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에(저 역시도) 이런 기회를 가져간 것도 같이 심사 받았던 경쟁 후보들에게도 죄송할 정도로 힘든 싸움 중인 걸 알아서요. 무용계의 시스템이 전체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지금도 너무 감사하지만) 안무가들이나 무용수들이 지치지 않는 샌드박스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힘든 시기, 지치지 않고 함께 이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안무가 이루다가 말하는 무용 관람하는 법
그냥 보이는 대로 느껴주세요.
시각예술이라고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
갤러리에서 그림을 보고,
그림의 해석과 작가의 의중을 깊게 아는 것도 좋지만,
순간적으로 색감 형태 등이
순간적인 느낌으로 그림을 판단할 때가 있듯
무용도 보이는 대로 느껴주세요. 그저 순수한 감상이면 충분해요.
무용. 복합적인 종합예술이고 무용수의 표현의 의도가 있고,
깊고 난해한 해석이 정해져 있다 한 들,
근본적으로 무용은 대사가 없는 비언어적인 행위기 때문에
본인의 해석을 온전히 믿으셔도 됩니다.
안무가 입장에서는 이게 어떻게 느껴졌을까,
내가 의도한 대로 느껴졌다고 해도 뿌듯하고
그게 아니어도 더 뿌듯한 감정이 밀려와요.
무용 공연이 끝난 후 다양한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으나, 아쉬울 때가 많아요. 그리고 안무가들도 스스로 관객에게 배워야 해요.
작품세계에만 몰입하여 관객을 소외시키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가희 Lee Ga Hee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 뉴스레터 취재기자 4기